to. 해원 씨

 안녕, 해원 씨. 이 카드가 당신에게 제때 도착하면 좋겠어. 이 카드가 도착하기 전에 당신이 다른 곳으로 떠나진 않겠지? 그러길 빌어. 이왕 크리스마스니까 당신도 쉬었으면 좋겠다. 물론 쉽진 않겠지? 당신의 일은 그런 거니까…. 그래도 당신이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고 있어. 이 카드로 당신이 기뻐한다면 좋겠고.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아. 하지만 내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은 기분도 들어. 아마 당신이 있기 때문이겠지. 당신이 있어서 나는 기쁘고 덜 외로워. 아주 외롭지 않을 수는 없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독이 있으니까. 당신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로운 면도 있을테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당신을 재촉할 생각은 없어. 당신은 늘 노력하고 있고 결국 내게 올 거라는 걸 아니까. 또 우울은 감기같은 거래. 그래서 나는 유달리 외로운 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을거야. 좀 모순된 말이지? 그렇지만 그게 사실이야.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고 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야.

  가끔 나는 내가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하지만 금방 지워버리려고 해. 당신이 속상해할 테고, 당신 앞에서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이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당신이 조금, 아니 많이 보고 싶어. 올해는 아마 어려울 것 같지만… 내년에는 만날 수 있겠지? 새해에는 보고 싶어. 당신을 재촉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는데 어쩐지 재촉하고 있는 것 같네. 그래도 좀 봐줘. 사람은 아주 논리적일 수 없으니까. 기계처럼 짜여진 알고리즘대로 행동할 수 없잖아. 예외성과 불완전성이 있기에 사람인 거겠지. 그리고 당신은 늘 내게 예외적인 사람이야.

  쓰다보니 자꾸 길어지네. 이래서야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니라 편지 같은 걸. 사실 이걸 쓰다가 초반부에는 그냥 카드가 아니라 편지지로 바꿔서 썼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런가봐. 그래도 이만 슬슬 줄여야겠다. 편지지도 얼마 안 남았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사둘 걸 그랬나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당신이 항상 안전하고 무사하길 바라고 있어. 그래서 내게 돌아오길 원해. 올해엔 산타에게 그런 소원을 빌어볼까봐.

  그러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이야.

  사랑해.


from. 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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