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올라탄 차가 부드럽게 출발하고, 이원은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딱 맞게 조인 넥타이를 느슨하게 끌어 내리고 고개를 돌려 창문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가로등 불빛들을 응시했다. 분명 매일 보던 것일 텐데도 새삼스러울 정도로 오랜만이라고 느꼈다. 아마 꿈 탓일 것이다. 이원을 삼켰던 악몽은 장장 8일간 이어졌었다. 그렇다고 여겼다. 둥근 홀에 갇혀서 준비되어있는 음식을 먹고, 나이트메어의 의도대로 게임을 하고, 답이 없어 보이는 방들의 문을 열어가며 움직였다. 어떤 때에는 수갑으로 엮이기도 했고, 어떤 때에는 체스판 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묘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꿈이었다. 지루한 악몽의 끝에는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 있었다. 다만 자신이 누구인가 혼란이 왔을 뿐이지. 내가 누구이고 이곳은 어디인지, 선명하게 밀려드는 기억은 꿈이 아니라 바로 어제 있던 일과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 꿈에서 내내 곁에 있던 사람이 있었다. 가깝다고 하기엔 멀고, 멀다고 하기엔 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 남자가 왜 그 꿈속에 나타났던가. 그에 대해 골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오늘 그를 만나러 간 까닭이 반쯤은 그런 이유였다. 볼일이 있는 김에 만나자고 말했었긴 했으나, 거짓말이었다. 비서를 보내거나 그쪽에서 오면 왔지 이원이 직접 움직일 일이 몇이나 되겠나. 그리고 그랬던 까닭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정말 그 일들은 단순한 꿈이었나, 아니면 꿈을 빙자한 무언가였나. 답지 않게 혼란스러워 손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일을 하던 중에 전화가 왔었다. 동새애앵. 나야, 나. 휴대폰 너머로 친근하게 말을 붙여오는 목소리는 분명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직전의 그 기묘한 악몽에서도 내내 들어왔던 목소리였다.
선우도진. 이원과 한 살 차이 나는 연상의 그 남자는 본디 사교모임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원이 아니라 3개월 전, 죽은 이원의 형인 주이혁과 친구였다. 흔한 재벌가의 망나니 같은 성격이었던 주이혁은 그 성정과 가문의 부와 권력을 등에 업고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렸었다. 이원은 그런 이혁을 경멸했고, 이혁 역시 그걸 알았다. 그래서 더 이원을 제 곁에 끼고 있었다. 유치한 괴롭힘의 연장이었다. 그렇게 다니며 이원이 자연스레 알게 된 자가 선우도진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원에게 있어 도진의 첫인상이 좋았을 리가 없다. 한량 같고 한심한 망나니 형의 친구라면 결국 똑같은 사람이 아니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이혁이 죽었다. 사고사, 교통사고였다.
이혁이 죽은 후 당연하겠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니, 사실은 이원에게 붙으려 했지만 그들을 경멸스레 보던 이원이 그들을 받아줄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추종자들 속엔 도진이 없었다. 이혁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비는 도진을 보며 이원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건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 수도, 충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친형이라고는 하나 자신이 봐도 쓰레기 같던 그 남자를 정말 친구로 여겼던 걸까? 그리고 그때로부터 도진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었다. 아마 정작 당사자인 도진은 몰랐겠지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야. 오늘 만난 그 남자는, 선우도진은 분명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 악몽 속에서도 그랬고, 다시 만나서도 그랬다. 하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그와의 재회나, 나눴던 키스나. 가만히 곱씹다가 공연히 제 아랫입술을 핥았다. 그에게 말했던 것처럼 키스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자연히 만져오는 그 손에도 불쾌함 하나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의미는….
그렇군. 이원은 짧게 중얼거리고 곧 눈을 감았다.
* * *
D+2
이원은 사랑의 진행 이전에, 시작하지도 못하고 맞이한 종말의 형태를 먼저 봤다. 그게 가장 처음 본 사랑의 형태였다. 몸만을 선택받은 여자는 저를 사랑해주길 바랐던 남자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나날이 망가져갔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예쁜 인형처럼 고왔던 이원의 어머니는 그 속은 시커멓게 죽어 고장 나 있었다. 망가져버린 여자가 제 아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베풀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이란 본디 사랑의 결실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이들에게는 달랐다. 필요에 의해 생긴 아이였다. 여자는 후처로 들어왔으니 자신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 이 집안에 말뚝을 박기 위해 억지로 아이를 낳았다. 그런 그녀에게 과연 모정이란 게 있었을까? 알 수 없다. 본래도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여자가 열달동안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었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아이를 사랑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억지로 쥐어짜내 그러한 척이라도 할 순 있겠지만 정말 생겨나진 않았을 것이다. 이원이 기억하는 한도 내도 그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진정으로 따뜻한 시선을 내어준 적이 없었다. 이원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강박적으로 화장을 고쳤고, 그저 제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를 사랑하는 척 했던 사람이었다. 혹 이원이 제 아버지이자 그녀의 남편인 그 남자를 닮은 얼굴로 태어났다면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안타깝게도 그 얼굴은 제 어머니를 쏙 빼닮아 있었다. 아이에게서 자신을 본 여자는 아이를 마주할 적마다 점점 더 히스테릭해져갔다. 그럴수록 남자는 여자를 멀리했고, 아이는 사랑을 깨닫기도 전에 종말을 먼저 보고 자라게 되었다.
사랑이란 건 부질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했던 진심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알지 못해서이기도 했다. 사랑의 종말을 먼저 보고 자란 아이가 제대로 된 사랑을 경험할 기회가 있을 리 만무했던 탓이다. 더군다나 그 본인이 연애 같은 것에 의미를 두지도 않았고, 어차피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정략결혼이 될 것을 알았다. 양쪽 집안에 도움이 되는, 수준에 맞는 배우자를 얻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될 터였다. 그러니 연애란 의미 없었다. 예정된 결말이 뻔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원은 자꾸만 어울리지 않게 굴었다.
현실처럼 꾸며진 꿈속에서도 손끝이 차가웠다. 겨울이면 흔히 차가워지곤 했다. 애당초 그리 열이 많은 체질이 못됐다. 그런 것을 말하며 도진에게 코트 값 대신 이 악몽 속에 있을 동안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친근하게 달라붙는 만큼 그의 손은 따뜻했었고, 맞잡고 있자면 자연히 얼어붙은 손끝이 녹아내렸다. 그건 로비로 돌아가게 되지 못하게 된 날에 복도에 앉아 어딘가 날카로운 도진에게 위로 대신 건넨 코트 값 대신이었다. 이원은 본래 따뜻한 말 하나 쉽게 건네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워낙 딱딱한 탓도 있었다. 날카롭게 따지는 말은 할 줄 알아도 다정한 위로 한마디는 어려웠다. 그래서 건넨 코트였다. 하지만 코트 값 대신 체온을 빌려달라니. 이원도 그게 일방적인 요구란 걸 알았지만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여겼다. 인간 손난로로 알차게 쓰겠단 거잖아아. 그렇게 내 체온을 빼앗아 가고 있지. 남자는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요구하는 대로 손을 잡아줬다. 사실 우습지도 않은 일이었다. 언제부터 손이 차가워지는 걸 신경 썼다고. 불편하긴 해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장갑을 굳이 찾아 끼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결국은 핑계란 말이었다. 사실 그냥 단순히 그 손을 붙잡고 싶어서.
이원은 1202호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그대로 등을 기댔다. 아직 온기가 남은 것 같은 손을 꾹 한번 쥐었다. 부질없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여기고 있었고,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영원한 건 없으며, 종말은 언젠가 오기 마련이었다. 그 뻔한 종말을 알고도 손을 뻗을 수 있을까? 이원은 꾹 쥔 제 손을 보다가 조금 더 시선을 내려 손목에 걸린 손목시계를 응시했다. 푸른색 판 위로 은색 바늘이 틱, 틱 움직이고 있었다. 이 시계는 결국 종말의 증거였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건네지 못한 선물이었고, 그녀의 미련덩어리였다. 이걸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뻔한 종말에 몸을 던지겠는가? 직접 보고, 겪고, 알고 있는데도? 이원은 말없이 한참이나 손목시계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곧 문에 기댔던 몸을 떼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가며 코트며 재킷을 벗어 안쪽 소파 위에 걸쳐두었다.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끌어내려 풀고서 아무렇게나 툭 떨어트린 그는 곧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이 보였다. 전망을 위해 한쪽 벽을 통유리로 만들어둔 탓에 도시의 빛무리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옆방의 저 남자도 이 야경을 보고 있을까? 알 수 없었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훌륭한 야경이니 보고 있을 지도 모르고, 아니면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곧장 씻으러 들어갔을 수도 있다.
이원은 늘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그 아래 깔린 것도 마찬가지로, 말하자면 표리일체였다. 물론 이원은 경영을 하는 입장이었고, 항상 겉과 속이 같지는 않았지만 그 표정이나 내면이 흔들리지 않는 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어떨까. 그렇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이원은 지금 스물여덟 살이었고, 살아온 28년 동안 요즘처럼 흔들린 적이 없었다. 단순히 악몽에서부터 비롯된 혼란일까? 비유하자면 흔들다리 효과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원에게 있어 지루했던 악몽이었을지라도 늘 곁에 있었던 건 그 남자였다. 생전 처음으로 복도에 기대 앉아 잠을 청했을 때도, 수갑에 엮여 떨어질 수 없을 때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체스판 위에서 목이 잘렸다가 돌아왔을 때도 함께였다. 돌아보면 결국은 그와 함께한 기억뿐이었다. 우습지도 않은 허구의 존재 따위가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누가 벌을 받을 것인가 물어왔을 적에 망설이지 않고 나섰던 것도 사실 답지 않은 일이었다. 득이 될 게 있을까? 이원이 무얼 하든 밑바탕에 자문하는 게 이것이었으나 이 순간만은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도진이 다치는 게 싫었다.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일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내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이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싹을 틔운 마음과 시작하기도 전에 떠올리는 종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끝에 기다리는 건 결국 환멸뿐일 텐데.
어느새 손가락 끝이 손목시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지부진 이대로 멈춰있을 순 없지. 이원은 가만히 제 시계를 내려다보다가 중얼거렸다. 결정해야 했다. 종지부를 찍을지, 아니면….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섰다. 어차피 답은 뻔했다.
* * *
D+3
승산 없는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게 이원이 가지는 대체로의 자세였다. 종종 드물게 가능성이나 잠재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게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승산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저 집어삼키고 싶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형인 주이혁을 죽일 계획을 짜고 그걸 실행에 옮길 때와 비슷했지만 또 달랐다. 그때에는 이길 수 있는 길이 확실했고,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철저하게 준비해 기어이 원하는 바를 손에 쥐었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사고였고, 자신이 손을 쓴 거라는 게 드러나지 않았다. 더불어 그때엔 누나인 주은영도 함께였었기에 일이 더 쉬워졌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주은영이 죽지는 않았으나 식물인간이 되었고 둘째형인 주이락은 마약사범으로 집어넣었다. 모든 일의 뒤에 이원이 있었다. 그야말로 흐트러짐 없는 계획이었고, 자신이 이길 것이 분명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이원은 눈앞에 길이 있음을 알았지만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끝에 원하는 게 있을까?
“안 삐졌습니다, 주이원씨. 술이나 더 드시죠.”
술자리란 게 흔히 그렇듯, 어쩌다보니 나온 선이며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그에 서운했을까, 꽁한 표정이기에 톡 건드리니 톡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잔을 채워주는 것에 이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이원은 망설이지 않고 그 잔을 비우고서 혀를 차듯 말했다.
“정말 갈피를 잡기 어려운 사람이군요.”
“이렇게 쉬운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미간을 찌푸렸다가 피는 그 얼굴에 이원은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자세로 빈 잔을 내려놓았다. 투명하고 낮은 유리잔의 가장자리 위에서 그의 검지 끝이 덧그리듯 움직였다.
“별로 안 쉽습니다만. 믿기 어려운 면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뭐가 이해 안되고 그러는데?”
“그냥 여러 가지로. 도진씨도 제게 그런 생각한 적 없습니까?”
“꽉 막힌 줄 알았더니 덜 막힌 건 이해했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에 이원은 혀를 차려다 그대로 삼켰다.
“…누누이 말하지만 안막혔습니다. 물론, 도진씨를 믿지만 좀…갈피를 잡기 어려워서요.”
“어느 점이? …변덕스러워 보여?”
손가락 끝이 잔의 가장자리 위를 지분대듯 문지르며 꾹 눌렀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알지만, 과연 제가 판단한 게 맞는가에 대한 확신?”
“그 판단이 빗나간 적 있어?”
그 대답에 이원은 잠시 생각했다. 이원의 판단이 빗나간 적이 있던가. 아니. 아니다. 쉬이 판단하는 것 같으면서도 쉬이 판단하지 않는 만큼, 이원의 판단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그건 눈썰미 탓도 있었고, 그만큼 신중하다는 말도 됐다.
“…없습니다.”
“그럼 맞는 거지. 응?”
도진은 간단히 대답하고 잔을 비웠다. 술기운이 올라오는 건지 평소보다 풀어진 자세나 표정을 응시하다가 이원은 제 빈 잔을 채우고 들이켰다. 하지만 과연 이 판단도 옳을 것인가.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그럼, 반대로 저는 믿습니까?”
“믿지.”
대답은 곧바로 나왔다. 실실 웃으며 빈 불판을 보는 남자는 평소처럼 말했다.
“안 믿으면 동생은 여기에 없었어.”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이겠지. 믿지 않았다면 어울릴 리도 없다. 쉬워 보이나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게 이 남자였다. 그래서 이원은 더더욱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이 남자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불쑥 다가오는가 싶다가도 슬그머니 손을 놓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가벼운 행동이나 말을 한다고 해서 이 사람이 정말 마냥 가벼운 사람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의외로 생각이 깊었고, 가볍지 않았다. 발톱과 이빨을 숨기고 있는 그를 가볍다고 여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늘 제게는 가볍게 다가오곤 했다. 그저 겉치레인지 아니면 다른 뜻을 감추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아래를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원은 그 밑이 궁금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자신의 판단이 맞는 건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들춰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했다.
“도진씨.”
문득 부르는 것에 도진이 이원을 응시했다. 응? 왜애? 말하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을 가만히 마주하던 이원은 느릿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이 좋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닿을 수 있을까? 이원은 수를 던져보기로 했다. 부질없다고 여기면서도, 언젠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어이 환멸하게 되리라 염려하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아니, 이미 멈추기엔 너무 늦은지도 모른다. 혀를 잘라 내주고, 키스를 해도 좋을 만큼 당신이 좋았다. 좋다. 좋아하고 있다.
이걸 두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 수 없다. 함께 있고 싶고, 잡고 싶고, 쥐고 싶고, 입 맞추고 싶은 이 마음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겠는가. 답지 않았고 그 스스로조차 당황스러울 만큼 제 멋대로 튀는 감정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상대가 남자고, 그 토록이나 경멸해 마지않던 형의 친구고 그런 것은 이미 오래전에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입 맞추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 판단은 틀릴지도 몰랐다. 그의 행동이 단순히 의미 없는 친근함의 표현인지 아니면 자신과 같은 종류의 호감에서 흘러나오는 건지. 그러니까 미룰 수 없었다. 반드시 명확하게 짚고 싶었다.
이원은 저를 보는 도진을 응시하며 미소 지었다.
“당신이 좋습니다.”
단순한 아는 형동생이 아니라, 악몽에 함께 다녀온 동료 같은 어설픈 것이 아니라. 당신은 이 말을 믿을 수 있어? 주사위는 던져졌다. 돌이킬 수 없고, 돌이킬 생각도 없다.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아니면…. 왁자하게 웅성거리는 사이로 고요가 내려앉았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놀랍게도 고록이라는 건데요(심란) 지니오빠 대사에 대답하면서 바로 잇고 싶었는데.... 윅스로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아.....주말동안 암 것도 못해서.....그래서...으엥....ㅠㅠㅠㅠㅠㅠㅠㅠ.... 몰라..ㅠㅠㅠ 모르겠네요 오빠가 날...쳐서...진짜..정말...아....... ㅠㅠㅠㅠ제가 그랬죠 오빠 35톤 트럭이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슨 말 해야할지 모르겠는데...네... 아.... 암 것도 생각이 안나네요(고통(횡설수설
아....조아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니오빠 진짜 조아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디지겠습니다..안녕..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