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신시아는 우승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우승해야 한다는 목적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목적에 절박함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우승하게 되면 스폰서에게 자신의 쾌락점인 살인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희생양과 뒤탈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장소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승하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희생양을 찾고, 그럭저럭 즐길 생각이었다. 어느 쪽이든 신시아가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물론 우승하지 못한다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나, 사람이란 대개 그렇듯 제 죽음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생각하는 법이다. 신시아도 그랬고, 그랬기에 선뜻 희망의 회랑에 발을 들였다.
다만, 그런 신시아도 희망의 회랑에서의 첫 살인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누군가의 필요로, 요구로 살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보통 신시아의 살인은 욕망을 억누르고, 억누르다가 마침내 참지 못했을 때 터져 나오는 폭탄 같은 것이었다. 최초의 살인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유학 시절 저를 린치하려 들었던 인종차별주의자를 우발적으로 죽여버린 것이었고. 어쩌면 희망의 회랑에서 한 첫 살인은 신시아의 최초의 살인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랬다. 그리고 칼을 썼다는 점도. 신시아의 살인은 대개 형태가 고정되어있지 않았다. 칼을 쓰거나, 망치를 쓰거나, 톱을 쓰거나, 로프를 쓰거나, 불로 태우거나, 물에 익사시키거나 등등. 그 자신의 손으로 직접 끝을 맺는 게 좋아서 사고사가 없었다 뿐이었다.
어쨌든 신시아의 살인 행적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고. 희망의 회랑에서 한 첫 살인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보자면, 신시아는 매우 흥분했었다. 짜릿한 오르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서 몸을 벌벌 떨 정도로 느꼈다. 한 번에 두 명을 죽였다. 그것도 자신에게 호의적이던 사람들을. 거기서 오는 배덕에 몸서리쳤다. 신시아는 구제 불능이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순한 양의 탈을 쓴 괴물이었다. 다만, 그것은 신시아의 일면에 불과했고 살인의 쾌락에 흥분하지 않았을 때의 신시아는 나름대로 도덕적인 인간이었다. 죄책감도, 죄악감도 충분히 느낄 줄 알고 사회규범에 따른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그런 인간. 그랬으니 그 살인이 끝나고, 흥분이 식었을 때쯤에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끔찍한 죄책감에 몸을 뒤틀었다. 신시아는 그런 이율배반적이고 또 모순적인 인간이었다.
자기혐오에 몸서리치던 신시아에게 린이 찾아온 건 그때쯤이었다. 차마 방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홀로 침잠하려던 신시아에게 찾아온 린은 자신에게 감정을 가르쳐 보겠느냐고 제안했다. 신시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신시아는 말도 안 되게 비틀린 인간이었는데 결핍된 당신에게 감정을 가르치라고? 그랬다가 당신이 혹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염려를 전해도 린은 괜찮다고 말했다. 거기서부터 두 사람의 계약이 시작됐다.
린은 신시아의 갈라테이아가 됐고, 신시아는 린의 피그말리온이 됐다.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진 피그말리온이라니, 기묘한 어감이었다. 그러나 갈라테이아라는 것은 또 묘한 감상을 자아내게 했다. 린은 자신이 신시아에게 속해있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평범한 것 같은 대화 속에 교묘하게 신시아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신시아는 처음으로 사람에게 독점욕을 느꼈다. 린은 신시아에게 처음과 끝을 주겠다고 했고, 또 언제든 그 목숨을 내놓을 테니 죽이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신시아는 린에게 손대고 싶지 않았다. 그를 아름다운 그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곁에 두고 싶었다. 린이 있으면 구제 불능의 괴물인 자신도 살인의 쾌락을 뒤로 하고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린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바깥에 함께 나가자 제의했다. 그리고 그의 짧다는 수명도 연장시켜주고 싶었다. 그걸 위해 본래 원하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그럴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이 사실은 린 레오포드의 레플리카이며 클론이라고 고백할 적에도 신시아는 괜찮았다. 오히려 그를 린(凛)이 아닌, 린(吝)으로 부르고자 했다. 그를 아껴주고 싶어서,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신시아의 사랑스러운 린이 됐다.
그때까지도 신시아는 린에게 가진 감정을 정의하지 않았다. 린은 갈라테이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곁에 두고 싶은 사람.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랬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존재에 자꾸만 홀려버려, 시아. 당신이 살애에 휘둘려 핏속에서 웃더라도, 조각도를 들고 묵묵히 숨겨진 형태를 꺼내고 있더라도, 둘 다 신시아라는 인간이고, 그렇게라도 살아있는 모습을….”
린이 말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신시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저를 보는 그의 붉은 눈에 말을 잃었다. 사랑. 린은 그렇게 말했다. 린은 감정을 모르고 마음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의 곁에 있으며 기쁨을 알게 됐고, 이제 분노할 줄도 알았으며, 울기도 했다. 어여쁘게 웃는 얼굴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을 말한다. 하지만 신시아는 린의 사랑이 어떤 형태인지 알지 못했다.
신시아를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신시아는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매우 서툴렀다. 쉽게 긴장하고, 겁을 먹고, 소심하기 짝이 없었다.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도 두려워해 그 자신의 내면을 내보이기도 무서워했다. 신시아가 린에게 가진 감정을 쉽게 정의하지 못한 건 그런 까닭도 있었다. 신시아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꽃이나 다름없었다. 신시아의 꽃은 항상 봉오리인 채로 시들어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신시아가 린에게 가지는 이 감정은 어떤가. 이 꽃은 어떤 모습인가. 린의 말을 듣고서야 신시아는 비로소 자신이 품은 꽃의 형상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꽃은 어느새 피어있었다.
“…린.”
부르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당신이 말하는 사랑이, 내가 느끼는 사랑과, 같은가요?”
신시아의 일생에서 지금만큼 긴장하고 겁먹은 때는 없었다.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그건 성애의 형태만을 말하지 않는다. 경애, 신뢰, 우애, 그 밖의 많은 형태를 가졌다. 신시아가 가진 사랑의 형태와 린이 가진 사랑의 형태는 과연 같은 모양일까? 신시아는, 그래. 경애와 애정의 형태를 한 사랑을 가졌다. 그 속에 성애도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그런 의미로 사랑하고, 독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만일 린의 사랑은 다르다면? 그저 순수하게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뿐이라면? 신시아가 그의 피그말리온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 뿐이라면?
신시아는 자신이 이러한 말을 함으로써 관계가 비틀릴 수도 있음을 알았다. 인간관계는 늘 그렇다. 균형을 이루면 그것만으로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비틀리기 시작하면 끔찍한 형태로 변하곤 했다. 그리고 그 비틀림은 대부분 사람의 말에서부터 시작했다.
신시아는 감정을 알게 된 그가 자신을 경멸할까봐 두려웠고, 손을 놓을까봐 무서웠다. 자신의 감정이 그와 다르다면, 그래서 경멸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린과의 계약이 있어 그와 묶여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곳에서 나갈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있어야 하니까. 신시아는 저열한 안도감에 서글펐다.
신시아는 말을 떨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한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방아쇠는 당겨졌다. 린의 사랑한다는 말에 어설프게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겁쟁이라도 때로는 용기를 내야 했고, 지금이 그럴 때였다, 그래서 신시아는 눈을 질끈 감고 모든 용기를 쏟아부었다.
“만일 같다면, 당신의 사랑과 내 사랑이 같은, 모양이라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눌러 참으며 머뭇머뭇 린의 손을 쥐었다. 긴장으로 차갑게 식은 손이었다.
“제게, …키스, 해줄 수, 있, 나요?”
아니라면 그냥 내 손을 놓아버려도 돼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덧붙이며 신시아는 고개를 떨궜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노답발언을 길게 할 것 같아서 그냥 아무 말 않기로 했습니다.....
저 린 사랑하는데요.....
거절도 갠찮습니다.. 부담없이.. 손 놓아주셔도 대요.. 저는 행동지문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로그로 파온 거니까 부담가지지 마시고 멘션으로 답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린 사랑하는데...............................................
'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홉 번째 칸은 다음에 채우겠습니다. (0) | 2019.08.20 |
---|---|
어떤 티타임과 거짓말쟁이의 제안 (0) | 2018.11.10 |
180707. (0) | 2018.07.07 |
지금은 (0) | 2018.06.10 |
객식구를 위한 식사 (0) | 2018.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