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탕이군. 해결사가 짧게 생각했다. 이번 목표는 눈치가 꽤 빨랐고, 중간부터는 뒤를 밟히는 걸 깨달았던지 어느 순간 자신을 따돌리고 말았다. 몇 주 전, 집 나간 고양이를 쫓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주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목표가 뒤가 구린 건 분명해졌으니까. 그렇다면 미심쩍은 구석부터 캐내면 될 것이다. 가닥이 잡혔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다만 오늘 업무는 여기서 자체종료하기로 했다. 당장 내일은 의뢰인이 목표와 주말 내내 함께 있을 거라고 했으니 이틀간은 자유다. 적당히 충전해두면 될 것이다. 식사를 대충 하고 사무실로 돌아가야지. 하지만 뭘 먹는담. 고민하던 차에 골목 사이 저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3층에 매달린 간판을 잠시 보다가 꺼내려던 담배는 도로 집어넣고 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작은 바였다. ‘실낙원’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가게는 낮에는 카페테리아, 밤부터는 술을 팔았다. 실낙원은 사실 식당만 했어도 잘 됐을 가게였으나, 주인의 로망에 의해 업종을 오갔다. 그 탓인지 술을 마시지 않고 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은근히 있었다. 베델도 그 중 하나였다. 특히 이곳은 파스타가 일품이었다. 술을 파는 곳인 만큼 음식은 간이 센 편에 속했지만 지난 7년간 입맛이 조금 바뀐 베델에게는 딱 맞았다. 예전 같았다면 먹지 않았을 맛이었지만, 세상풍파란 사람의 일면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공교로웠다. 테이블석은 전부 사람이 찼고, 남은 자리는 바 석뿐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는데 바텐더와 얼굴 마주해야 하다니. 뭐, 상관은 없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었으니 식사가 끝나는대로 나갈 생각이었고, 바텐더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껄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밥만 먹고 싶은데 앞에서 알짱대는 사람이 거슬렸을 뿐이었다. 딱 그정도였으니 감내할만 했다.
피곤이 밀려와서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들어오기 전에 한 대 태우고 올 걸 그랬나. 담배가 당겼다. 오늘 유독 신경을 써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새벽에 잠을 설친 탓도 있을 것이었고.
“피곤해보이시는군요.”
바텐더가 앞에 물잔을 놀아주며 말을 걸었다. 베델은 안경을 거치지 않은 맨눈으로 잔을 힐끗 봤다가 안경을 도로 썼다.
“오늘은 다사다난했거든.”
“저런. 그래서 인사도 안 해주신 건가요? 오랜만에 오셨으면서.”
“이봐, 루디. 댁 아까까지 저쪽의 손님이랑 한창 수다 떨고 있었으면서? 서운해 할 건 내 쪽이라고?”
픽 웃으며 하는 말에 바텐더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래도요. 인사 정도는 그냥 해주실 수 있잖아요?”
“투정은. 됐으니 파스타나 한 접시 줘. 초리조가 들어간 그거 말이야.”
“오실 때마다 그거 찾으시네요.”
“이곳의 쉐프는 뭐든 다 잘 하지만 초리조 파스타가 특히 일품이거든. 마음 같아서는 내 요리사로 고용하고 싶을 정도라니까.”
“하하, 미켈에게 전해둘게요. 좋아할 거예요.”
“이왕 전해주는 김에 살짝 더 매콤하게 해달라고 해줘. 서비스로는 양파수프가 좋겠군.”
가벼운 대화가 오가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온종일 입 다물고 쫓아다니기만 했던 터라 군내가 날 지경이었던 입안이 좀 개운해진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델은 바텐더와 몇 마디를 더 나누었다. 그래봐야 근황, 날씨, 13구역을 떠도는 가벼운 이슈 같은 것이 전부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늘도 술은 안 하실 거죠?”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
악몽이 찾아든 날은 유달리 더 기분이 별로였다. 7년. 자그마치 7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들이 덮쳐들면 제아무리 베델이라고 해도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매몰되기 싫어서 밖으로 더 나도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날들에도 베델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술에 한 번 의존하면 그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 그 후에는 당연스레 몇번이고 이어질 것이었고, 베델은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딱히 통제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결벽이 있는 건 더욱 아니었으나, 베델은 그랬다. 그냥 성격인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자신을 잃는 걸 싫어했고, 그런 성미는 당연스럽게 의존과 매몰을 멀리 하게 했으니까. 베델은 허우적거릴 수 없었다. 그런 사치는 적어도 남은 것이 있을 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떨이나 하나 주겠어?”
바텐더가 냉큼 크리스탈 재떨이를 올려놓으면 결국 참지 않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왕이면 식사하고 빨려고 했는데.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는 주제에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머니를 뒤지는데, 라이터가 없었다. 낭패였다. 담배를 문 채로 찡그리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앉았다.
“불 없나?”
고개를 들고보니 안면이 있는 남자였다. 베델의 표정이 묘해졌다. 하지만 질문보다 대답이 먼저 흘러나갔다.
“빌려줘.”
“자.”
케일럽이 베델이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베델은 여전히 묘한 낯으로 그걸 빨았고, 곧 내뱉었다. 금세 하얀 연기가 퍼졌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마찬가지야. 익숙한 등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정말 너였군.”
케일럽 또한 베델과의 만남이 예상치 못한 투로 대답하며 담배를 꺼내물었다.
케일럽 미카즈키. 이 남자는 최근 베델과 마주친 13구역의 괴담 사냥꾼이다. 괴이를 사냥하는 이 남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마찬가지로 괴이를 쫓던 중인 베델에게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괴이에 대해 조사하러 가는 곳마다 마주쳤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모를 만큼 둔치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안면을 익히고 이름을 알게 되었다.
“술 마시러 왔나?”
“아직 저녁 전이라서 말야.”
밥 먹으러 왔단 소리다. 베델은 픽 웃으며 바텐더를 봤다.
“루디, 댁 사장에게 말해봐. 역시 실낙원은 바가 아니라 레스토랑이 더 어울리지 않겠어?”
“그 말 사장님 발작버튼이라고요.”
그렇잖아도 요즘 그 말 은근히 들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라며, 그 덕에 피해 보는 건 자기 같은 직원들이라면서 바텐더가 우는 소리를 냈다. 그 사이에 케일럽도 주문했다. 그 역시 파스타였다.